호주 AFAC의 국가 산불 관제 시스템

1. 서론

호주는 건조한 기후, 유칼립투스 숲과 같이 가연성 높은 식생, 그리고 주기적인 가뭄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산불에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이다.1 기후 변화는 이러한 자연적 위험을 더욱 증폭시켜 산불 시즌의 장기화, 빈도 증가, 강도 심화를 초래하고 있다.1 2019-2020년 ’블랙 서머(Black Summer)’와 같은 전례 없는 규모의 재난은 개별 주(State) 및 준주(Territory)의 대응 역량을 초월하며, 국가적 차원의 통합적이고 협력적인 관리 시스템의 중요성을 명확히 부각시켰다.6

이러한 국가적 재난 관리 체계의 중심에는 AFAC(Australasian Fire and Emergency Service Authorities Council, 현재 공식 명칭은 National Council for Fire & Emergency Services)이 있다. AFAC은 호주와 뉴질랜드의 소방, 긴급 서비스, 토지 관리 기관들을 대표하는 최고 기구(peak body)로서, 직접적인 현장 지휘 기관이 아닌 회원 기관 간의 협력, 지식 공유, 자원 조정을 촉진하는 국가적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9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중복된 노력을 줄이며, 재난 관리 산업 전체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근본적인 목표로 삼는다.10

본 보고서는 AFAC을 중심으로 한 호주의 국가 산불 관제 시스템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AFAC의 조직 구조와 거버넌스, 국가적 협력 및 교리 개발 체계, 핵심 운영 부문의 기능, 첨단 기술의 활용, 그리고 기후 변화와 대형 재난의 교훈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체계적으로 고찰하여 호주 산불 관리 시스템의 작동 원리와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2. AFAC의 설립과 조직 구조

2.1 설립 배경 및 연혁

AFAC은 1993년, 국제적, 국가적, 지역적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 협력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다.9 이러한 설립 배경에는 호주의 연방제 정치 체제가 깊이 관련되어 있다. 호주에서는 재난 관리에 대한 일차적 책임이 각 주와 준주 정부에 있으나, 여러 주에 걸쳐 발생하는 대규모 재난에는 개별 주 정부의 역량만으로는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주 경계를 넘어선 협력과 조정을 위한 국가적 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설립 당시 AFAC은 호주 소방 당국 협의회(Australian Assembly of Fire Authorities, AAFA)와 호주 농촌 소방 당국 협회(Australian Association of Rural Fire Authorities, AARFA)의 합병을 통해 탄생했다.12 이는 도시 지역의 구조 소방과 농촌 및 산림 지역의 산불 소방 역량을 통합하여 보다 포괄적인 국가 재난 대응 체계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현재 공식 명칭은 ’National Council for Fire & Emergency Services’로 변경되었으나, 여전히 AFAC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9

2.2 임무와 비전

AFAC의 핵심 임무는 회원 기관들의 집단적 역량과 수용 능력을 증폭시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13 이는 단순히 자원을 모으는 것을 넘어, 연결(connection), 협력(collaboration), 혁신(innovation)을 체계적으로 촉진함으로써 달성된다.13 AFAC은 회원 기관들이 서로의 광범위한 역량, 경험,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시너지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국가 전체의 재난 관리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지향한다.10

궁극적인 목표는 재난 관리 부문에서 더 나은 성과를 달성하고, 지역사회의 안전과 복원력(resilience)을 증진하는 것이다.13 AFAC의 활동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기관별로 이루어지는 연구 개발 및 장비 도입의 중복을 줄이며, 산업 전체의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최종적으로는 재난에 직면한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10

2.3 거버넌스 및 회원 체계

AFAC은 보증 유한 책임 회사(not for profit company limited by guarantee) 형태의 비영리 단체로 운영된다.10 조직의 거버넌스는 회원 기관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명확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 AFAC 위원회 (Council): 모든 정회원 기관의 최고 대표자들(소방청장 등)로 구성되며, 조직의 전반적인 방향성과 전략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이다.10

• 이사회 (Board of Directors): 위원회 대표 중에서 선출된 이사들로 구성되며, 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바탕으로 조직의 구체적인 거버넌스와 일상적인 관리를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12

AFAC의 회원 구성은 호주와 뉴질랜드 전역의 재난 관리 기관을 포괄한다. 호주의 6개 주와 2개 준주, 그리고 뉴질랜드에서 소방, 긴급 구조, 토지 관리(예: 국립공원 관리청, 임업 기관)를 담당하는 주요 정부 기관들이 정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9 2023년 기준으로 33개의 정회원과 25개의 제휴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기관에 소속된 인력은 상근, 비상근, 그리고 자원봉사자를 모두 포함하여 약 288,000명에 달한다.15

AFAC의 본질적인 특징은 연방 정부의 직속 기관이나 하향식 명령을 내리는 ’지휘탑(Control Tower)’이 아니라는 점이다. AFAC은 주 정부 소속의 독립적인 회원 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네트워크 허브(Network Hub)’이자 ’최고 협의체(Peak Body)’로서 기능한다. 이는 여러 자료에서 AFAC을 ‘peak body’ 또는 ’national council’로 정의하며, “지역사회에 대한 서비스 제공에 직접적인 역할은 없다“고 명시하는 부분에서 명확히 드러난다.15 AFAC의 의사결정 구조가 회원 기관 대표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 또한 상명하달식이 아닌, 회원 간의 합의와 동의를 기반으로 운영됨을 시사한다.10 따라서 AFAC의 힘은 법적 권한이나 명령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회원 기관들의 자발적 참여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조정 능력과 전문성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구조는 호주의 연방제 정치 체제를 재난 관리 시스템에 그대로 반영한 결과로, 각 주의 자치권을 존중하면서 국가적 통일성을 확보하려는 시도이다. 이 구조적 특성은 시스템의 유연성과 참여도를 높이는 강점이 있지만, 동시에 ’블랙 서머’와 같은 초유의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는 신속하고 일관된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는 잠재적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다.

3. 국가적 협력 및 조정 체계

3.1 AFAC 협력 모델 (Collaboration Model)

AFAC의 국가적 조정 기능의 핵심에는 ’협력 모델’이 있다. 이 모델은 30개 이상의 기술 그룹(Technical Groups)과 네트워크(Networks)로 구성된 정교한 협력 체계를 기반으로 한다.12 이 그룹들은 차량 기술, 작업장 보건 및 안전, 신재생 에너지 기술, 항공기 운용 등 특정 전문 분야에 대한 전국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공통의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16

이 협력 모델은 현장 실무자들이 직면하는 실제적인 필요와 AFAC 위원회가 설정한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모두 충족시키도록 설계되었다.16 주요 협력 분야는 긴급 관리 실무 및 시스템, 지역사회 안전 및 참여, 지식 및 연구, 역량 개발, 규정 및 표준, 비즈니스 및 인력 관리 등 6개의 핵심 영역에 집중되어 있다.14 이 모델은 단순히 정보를 교환하는 것을 넘어, 성과 목표 측정을 통해 각 그룹의 활동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결과물을 도출하도록 유도한다.16

3.2 국가 표준 교리(Doctrine) 개발 및 보급

AFAC의 가장 중요한 지적 자산은 회원 기관들의 축적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개발된 국가 표준 교리(Doctrine) 간행물 모음이다.18 이 교리는 AFAC 위원회와 부문 리더들에 의해 공식적인 견해로 승인되어 국가적 권위를 갖는다.19 교리는 재난 대응의 기본 원칙을 다루는 상위 수준의 자료부터 특정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 지침까지 다양한 범위를 포괄한다.17

이 교리들은 법적 강제성을 띠지는 않지만, 산업계의 ’모범 사례(Good Practice)’로서 회원 기관들이 각자의 법적, 운영적 환경에 맞게 해석하고 내부 절차에 반영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제공한다.17 예를 들어, AFAC이 개발한 ‘산불 연기 노출 관리 지침’ 21이나 ‘전기차 사고 대응 훈련 프로그램’ 22과 같은 구체적인 지침들은 전국적으로 일관된 대응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뉴사우스웨일스(NSW) 농촌소방청(RFS)과 같은 개별 기관들은 자체적인 작전 교리를 개발하고 개정할 때 AFAC의 교리를 핵심적인 벤치마킹 기준으로 활용한다.23

이처럼 AFAC은 법적 강제력(하드 파워) 없이, 전문성에 기반한 교리 개발, 지식 공유, 그리고 자발적 협력 네트워크(소프트 파워)를 통해 호주 전역의 재난 관리 시스템에 실질적인 통일성과 상호운용성을 부여한다. 이는 강제가 아닌 ’권위’에 기반한 접근 방식이다. 회원 기관들은 AFAC 교리가 산업계 최고 전문가들의 집단 지성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를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과적이라고 판단한다. 이는 연방제 국가에서 중앙과 지방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는 효과적인 거버넌스 모델을 보여준다.

3.3 지식 관리 및 재난 복원력 연구

지식의 체계적인 관리와 공유는 AFAC 협력 모델의 근간을 이룬다. 이를 위해 AFAC은 여러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운영하고 있다.

• AFAC 지식 웹 (Knowledge Web): 2008년에 출범한 이 온라인 플랫폼은 과거 Bushfire CRC(산불 협력 연구 센터)의 ‘Fire Knowledge Network’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이니셔티브이다.9 연구 보고서, 실제 재난 사례 연구, 현장 전문가들의 지역 지식, 그리고 역사적 교훈 등을 통합하여 제공하는 포괄적인 지식 저장소 역할을 한다. 이 플랫폼은 회원 기관의 직원 및 자원봉사자, 그리고 주요 연구 파트너들이 접근하여 최신 정보를 습득하고 공유하는 데 활용된다.9

• 호주 재난 복원력 연구소 (Australian Institute for Disaster Resilience, AIDR): AFAC은 AIDR의 핵심 운영 파트너로서, 국가적인 재난 위험 감소 및 복원력 강화를 위한 연구와 지식 보급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13 AIDR의 지식 허브(Knowledge Hub)는 재난 위험에 대한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지침, 도구, 데이터를 제공하며, 이는 AFAC 회원 기관들의 정책 수립과 현장 활동에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5

4. 핵심 운영 기능 및 사업 부문

AFAC의 국가적 조정 역할은 구체적인 운영 기능과 사업 부문을 통해 실현된다. 이들 부문은 대규모 재난 발생 시 호주 전역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하고 관리하는 실질적인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4.1 국가 자원 공유 센터 (National Resource Sharing Centre, NRSC)

NRSC는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 시, 주(State) 경계를 넘어서거나 국제적으로 인력과 장비를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것을 조정하고 촉진하기 위해 설립되었다.13 NRSC의 핵심 기능은 특정 지역의 재난 대응 역량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다른 지역의 가용 자원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파견을 조정하는 것이다.18

NRSC의 운영은 몇 가지 핵심 원칙에 기반한다. 여기에는 국가 전체의 가용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국가적 조정, 효율적인 파트너십, 목적에 맞는 자원의 시기적절한 배치, 그리고 각 기관의 요구사항에 부응하는 유연성과 적응성이 포함된다.24 이러한 자원 공유는 ’주 간 지원 협정(Arrangement for Interstate Assistance, AIA)’이라는 공식적인 협정을 법적 근거로 하며, 이는 대규모 재난 시 자원 공유의 절차와 조건을 규정한다.18 또한, NRSC는 캐나다의 CIFFC, 미국의 NIFC와 같은 국제 기관과의 협정을 통해 국제적인 소방 인력 및 자원 동원도 담당한다.26 모든 자원 배치는 각 주의 소방청장 및 최고 책임자들로 구성된 전략 위원회(CCOSC)의 최종 승인 하에 이루어져, 각 주의 주권을 존중하는 체계 내에서 운영된다.18

4.2 국립 항공 소방 센터 (National Aerial Firefighting Centre, NAFC)

NAFC는 2003년 AFAC에 의해 설립된 기관으로, 산불 진압에 필수적인 항공 소방 자원을 국가적 차원에서 협력하여 제공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13 NAFC는 개별 주나 준주 정부가 단독으로 보유하기 어려운 대형 항공기나 특수 항공기 등을 국가 차원에서 공동으로 임차하고, 화재 시즌 동안 위험 지역에 전략적으로 배치하며, 필요에 따라 주 간에 효율적으로 공유되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18

NAFC는 5개년 단위의 전략 프레임워크(예: 2020-2025)를 통해 운영되며, 이 전략은 기후 변화로 인한 화재 시즌의 장기화, 항공 자원 수요 증가, 그리고 드론과 같은 신기술 발전 등의 환경 변화를 반영하여 수립된다.27 NAFC가 관리하는 국가 통합 항공 소방 자원(National Fleet)은 대형 고정익 공중진화기(Large Air Tanker, LAT), 대형 헬리콥터 등을 포함하여 160대 이상의 항공기로 구성된다.29 NAFC는 항공기 조달 및 계약 관리, ARENA와 같은 국가 항공 자원 관리 시스템의 개발 및 유지, 항공 소방 관련 연구 개발 지원 등 포괄적인 책임을 진다.27

4.3 기타 지원 사업

AFAC은 자원 공유와 항공 소방 외에도 재난 관리 부문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운영한다.

• 재난 관리 전문가 인증 제도 (Emergency Management Professionalisation Scheme): 재난 관리 분야 실무자들의 기술과 경험을 국가적으로 통일된 표준에 따라 평가하고 인증하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전문가들의 자격과 경험이 국가적으로 합의된 요구사항을 충족함을 보증하고, 인력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높인다.13

• AFAC 컨퍼런스 및 전시회: 매년 호주 최대 규모의 재난 관리 컨퍼런스 및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 행사는 전국의 재난 관리 전문가, 연구자, 산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최신 지식을 교류하고, 새로운 기술을 접하며,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중요한 장을 제공한다.11

표 1: AFAC 핵심 사업 부문별 기능 및 역할

5. 첨단 기술 기반 산불 관제 시스템

호주의 산불 관제 시스템은 첨단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통합하여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고, 대응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대국민 정보 전달의 신속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5.1 산불 확산 예측 시뮬레이션: PHOENIX RapidFire

PHOENIX RapidFire는 멜버른 대학에서 개발한 산불 시뮬레이션 모델로, 호주를 세계적인 산불 분석 도구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게 한 핵심 기술이다.31 이 시스템은 단순히 불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는 것을 넘어, 연료(식생), 지형, 기상 조건, 그리고 소방대의 진압 활동과 같은 복합적인 변수들을 통합하여 화재의 확산 속도, 화염의 높이, 연소 강도, 그리고 불씨의 밀도와 비산 거리까지 정교하게 시뮬레이션한다.31

이 모델은 기계적(mechanistic), 연속적(continuous), 동적(dynamic), 경험 기반(empirically-based) 모델로, 이산 시간 단계(discrete time steps)를 적용하여 시간에 따른 화재 경계선의 확장을 계산한다.31 특히 호주 산불의 가장 큰 특징이자 위협인 장거리 불씨 날림(spotting) 현상과 대류 현상(convection)을 모델에 정교하게 통합한 것이 기술적 독보성을 부여한다.33

PHOENIX RapidFire는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된다. 화재 발생 전에는 예방적 소각(prescribed burning)의 효과를 분석하고 위험 지역을 식별하는 등 전략적 계획 수립에 사용된다. 화재 발생 중에는 실시간으로 입력되는 기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화재의 예상 확산 경로와 도달 시간을 예측하여, 주민 대피 경보 발령 시점, 소방 자원의 최적 배치, 그리고 효과적인 진압 전략 수립과 같은 핵심적인 현장 의사결정을 지원한다.31 모델의 정확성은 2009년 ’블랙 새터데이’와 같은 실제 대형 산불 사례와의 비교 분석을 통해 지속적으로 검증되고 있으며, Bushfire CRC와 같은 연구 기관들은 Area Difference Index (ADI)와 같은 독자적인 평가 지표를 개발하여 예측 정확도를 객관적으로 정량화하고 모델을 개선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36

5.2 위성 및 드론 기술 활용

광역 감시와 정밀 탐지를 위해 위성과 드론 기술이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된다.

• 위성 기술: 일본의 Himawari-8, 유럽의 METOP과 같은 정지궤도 및 극궤도 기상 위성에서 수집된 고해상도 데이터는 기상 예측 모델의 정확도를 높이고, 열 감지를 통해 화재 발생 지점(Hotspots)을 탐지하는 데 사용된다.40 호주 지구과학청(Geoscience Australia)이 운영하는 Digital Earth Australia (DEA) 플랫폼은 방대한 위성 데이터를 분석하여 화재 발생 지역뿐만 아니라 화재 후의 연소 피해 지역(burn scar)을 체계적으로 매핑하고 피해 규모를 산정하는 데 활용된다.40 또한, 기존 광학 위성의 한계인 연기나 구름을 투과하여 지표면을 관측할 수 있는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예: NovaSAR-1)의 산불 감시 활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40

• 드론 (UAV) 기술: 드론은 유인 항공기에 비해 저비용으로 신속하게 운용할 수 있으며, 열화상, 연기, 가스 감지 센서 등을 장착하여 주야간 정밀 감시에 매우 효과적이다.41 특히 유인 항공기의 운항이 제한되는 야간이나 악천후 상황에서도 운용이 가능하여 24시간 감시 체계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드론은 초기 발화를 확인하고 정확한 GPS 좌표를 제공하여 신속한 초기 진압을 가능하게 하며, 산불 현장에서 통신망이 두절되었을 때 임시 통신 중계 플랫폼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41

다만 이러한 기술들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현재의 위성 기술은 공간 및 시간 해상도의 제약으로 인해 작은 규모의 초기 발화를 탐지하기 어렵고, 구름이 낀 날씨에는 탐지 능력이 급격히 저하된다.42 드론은 감시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광활한 지역을 동시에 감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위성, 지상 센서 등 다른 기술과의 유기적인 통합 운영이 필수적이다.42

5.3 인공지능(AI) 및 신기술 도입

AFAC은 미래의 산불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AFAC은 Google.org의 ’Global AI Collaborative: Wildfires’라는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참여하여 ‘산불 및 신기술 허브(Bushfire and Emerging Technology Hub)’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22

이 프로젝트는 AI 기술을 활용하여 호주의 산불 탐지, 추적,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44 주요 활동으로는 현재 활용되고 있는 위성, 드론, 카메라, 센서 등 각종 기술의 수준과 한계를 분석하는 ’환경 스캔’과, 회원 기관들이 AI 기반의 혁신적인 기술을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보조금 프로그램’이 있다.44 이와 함께,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에서 개발한 차세대 산불 시뮬레이터 ’Spark Operational’은 최신 과학 이론과 컴퓨팅 기술을 결합하여 기존 PHOENIX 모델보다 더 유연하고 확장 가능한 시뮬레이션 역량을 제공하며, 전국의 소방 기관에 보급되고 있다.22

5.4 정보 공유 및 경보 시스템

효과적인 산불 관제는 정확한 정보의 신속한 공유와 대중에게 명확한 위험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 호주 경보 시스템 (Australian Warning System, AWS): 과거 주마다 달랐던 혼란스러운 재난 경보 체계를 국가적으로 통일한 시스템이다.47 산불, 홍수, 사이클론 등 재난 유형에 관계없이 ‘Advice(주의, 황색)’, ‘Watch and Act(경계, 주황색)’, ’Emergency Warning(위험, 적색)’의 직관적인 3단계 등급과 명확한 행동 요령을 결합하여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이 어느 지역에 있든 일관된 경보 메시지를 통해 위험 수준을 쉽게 인지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49

• 국가 메시징 시스템 (National Messaging System, NMS): 기존의 SMS 기반 경보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 중인 차세대 국가 경보 시스템이다. 국제 표준 기술인 셀 브로드캐스트(cell-broadcast) 방식을 채택하여, 특정 지리적 영역 내에 있는 모든 호환 모바일 기기에 거의 실시간으로 경보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다.51 이 시스템은 통신망 혼잡 시에도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며, 수면 중인 사람을 깨울 수 있도록 ‘방해금지’ 설정을 우회하는 ‘wake-up’ 알림 기능 등 기존 시스템에 비해 월등한 장점을 가진다.51 2026년까지 완전한 운영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51

• 정보 공유 플랫폼: 이 외에도 NSW 주의 ESSIL(Emergency Services Spatial Information Library) 52, CSIRO의 ERIC(Emergency Response Intelligence Capability) 53, 그리고 정부와 핵심 기반시설 산업 간의 정보 공유 네트워크인 TISN(Trusted Information Sharing Network) 54 등 다양한 플랫폼이 다기관 간의 원활한 공간 정보 및 상황 정보 공유를 지원하여 통합적인 재난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표 2: 호주 경보 시스템(AWS)의 3단계 경보 등급 및 행동 요령

6. 도전 과제와 미래 전망

6.1 기후 변화의 영향

기후 변화는 호주 산불 관리 체계가 직면한 가장 근본적이고 심각한 도전 과제이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변수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작동 환경을 바꾸는 ’근본적인 동인(fundamental driver)’으로 작용한다.5 지속적인 기온 상승, 장기화되는 가뭄, 그리고 건조한 기상 조건의 빈번한 발생은 산불에 극도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1

특히 호주 남부와 동부 지역에서는 위험한 산불 기상 일수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산불 시즌이 봄철로 앞당겨지고 가을까지 연장되는 등 연중 상시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1 이러한 변화는 주로 자원봉사 인력에 의존하는 호주의 산불 대응 체계에 엄청난 피로와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과거에 효과적이었던 예방적 소각이나 초기 진압과 같은 전통적인 관리 전략의 효과성을 점차 감소시키고 있다.55 이에 AFAC은 기후 변화를 재난 복원력 구축의 핵심 과제로 공식 인식하고, 산하에 ’기후 변화 그룹’을 설치하여 기후 변화가 재난 관리 부문에 미치는 물리적, 법적, 재정적 위험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회원 기관들이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5

6.2 ‘블랙 서머’ 산불의 교훈 (2019-2020)

2019-2020년의 ‘블랙 서머’ 산불은 호주 역사상 전례 없는 규모와 복합성을 지닌 재난이었다. 이 기간 동안 1,700만 헥타르 이상의 광대한 토지가 소실되었고, 33명의 인명 피해와 3,000채 이상의 주택 파괴라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7 이 재난은 여러 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하여 장기간 지속됨으로써, 개별 주 정부의 대응 역량을 완전히 압도하고 국가적 대응 역량의 한계를 시험하는 계기가 되었다.7

이 과정에서 AFAC의 국가 조정 메커니즘은 실제로 작동했다. NSW RFS를 중심으로 주 내 여러 기관들이 협력했으며, AFAC NRSC의 조정을 통해 5,700명 이상의 타 주 및 해외 소방 인력이 지원에 나섰다.57 또한, 호주 역사상 최초로 호주 국방군(ADF) 예비군에 대한 강제 동원령이 발동되어 도로 개척, 물자 수송, 주민 대피 지원 등 대규모의 군 병력이 재난 대응에 투입되었다.7 이는 NRSC와 같은 국가적 자원 조정 메커니즘의 중요성과 실제 작동 방식을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였다.

그러나 재난의 압도적인 규모는 기존 시스템의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다. 공식 대피소의 휠체어 접근성 부족, 이동 약자(장애인, 노인) 및 영유아 동반 가족을 고려하지 못한 대피 절차 등 사회적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이 미흡했음이 지적되었다.58 또한, 재난으로 인한 광범위한 정신적 충격과 트라우마에 대한 체계적인 심리 지원 시스템의 부재도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58

6.3 왕립 위원회(Royal Commission)의 권고와 시스템 개혁

’블랙 서머’의 충격적인 경험 이후, 호주 연방 정부는 ’국가 재난 대응 협정에 관한 왕립 위원회(Royal Commission into National Natural Disaster Arrangements)’를 설립하여 국가 재난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에 착수했다.59

위원회는 최종 보고서를 통해, 재난 대응의 일차적 책임은 주 정부에 있다는 기존의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블랙 서머’와 같이 여러 주에 걸쳐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적이고 국가적 규모의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하고 체계적인 ’국가적 접근법(national approach)’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60

위원회가 제시한 80개의 주요 권고 사항은 국가 차원의 실시간 데이터 및 정보 공유 플랫폼 구축, 국가 주권적 항공 소방 역량의 대폭 강화, 전국적으로 통일된 경보 시스템의 완전한 이행, 그리고 재난 대응을 위한 공공 안전 모바일 광대역 통신망(PSMB) 구축 등 AFAC이 오랫동안 추진해 온 방향과 대부분 일치했다. 위원회의 권고는 이러한 개혁 과제들을 더욱 가속화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강력한 동력이 되었다.61 이러한 권고에 따라, 기존의 국가산불복구청(NBRA) 등의 기능을 통합한 새로운 ’국가긴급관리기구(Nation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NEMA)’가 설립되어 예방-대비-대응-복구의 전 단계를 아우르는 보다 통합적인 국가 재난 관리 체계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8

6.4 미래 산불 관리를 위한 제언

호주의 산불 관리 시스템은 과거의 교훈과 미래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 기술 고도화: 미래에는 산불 탐지에서부터 진압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AI 기반의 정교한 예측 모델, 다수의 드론을 군집 운용하여 초기 화재를 신속하게 진압하는 기술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과감한 연구 개발 및 투자가 요구된다.64

• 예방 투자 확대: 사후 대응 및 복구 중심의 접근 방식은 재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는 국가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66 따라서 향후 국가 재난 관리 투자의 무게 중심은 예방 및 대비 활동으로 점차 이동할 것이다. 이는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계획된 소각(prescribed burning)과 같은 산림 연료 관리 활동을 체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포함한다.67

• 지역사회 복원력 강화: 재난 관리는 더 이상 정부 기관만의 책임이 아니며,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자발적인 대비가 필수적이라는 ’공동 책임(shared responsibility)’의 원칙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17 이는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고, 대비 계획을 수립하며, 재난 발생 시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호주 산불 관리 시스템, 특히 AFAC의 역할과 기능은 평온한 시기에 이론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블랙 새터데이(2009)’, ’블랙 서머(2019-20)’와 같은 실제 대형 재난을 겪고, 그 실패와 교훈을 왕립 위원회와 같은 공식적인 ’학습 메커니즘’을 통해 시스템에 체계적으로 반영하며 진화해왔다. NAFC의 설립, AFAC 지식 웹의 출범, 그리고 ‘블랙 서머’ 이후 NEMA의 창설과 같은 일련의 과정은 ’재난 발생 → 한계 인식 → 공식적 조사 및 학습 → 시스템 개선 및 제도화’라는 반복적인 순환 과정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처럼 호주의 시스템은 실패로부터 배우고 끊임없이 적응하는 ’학습하는 시스템(Learning System)’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AFAC은 이 학습 과정에서 전국의 지식과 경험을 집대성하고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내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7. 결론

AFAC을 중심으로 한 호주의 국가 산불 관제 시스템은 직접적인 지휘권을 가진 중앙집권적 통제 기관이 아니라, 호주의 연방제 정치 체제에 최적화된 국가적 협력의 구심점이다. AFAC은 표준화된 국가 교리 개발, 첨단 기술 도입 촉진, 그리고 항공기나 전문 인력과 같은 핵심 자원의 공유 체계 운영을 통해, 각 주와 준주에 분산된 재난 관리 역량을 효과적으로 하나로 묶어 국가 전체의 산불 대응 능력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이러한 협력적 네트워크 모델은 각 주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국가적 차원의 통일성과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데 뚜렷한 강점을 보인다. 그러나 ’블랙 서머’와 같이 전례 없는 규모의 동시다발적 재난 앞에서는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통일성에 일부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출범한 왕립 위원회의 권고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보다 강화된 국가적 조정 기능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며, 이는 NEMA의 창설로 이어졌다.

기후 변화로 인해 산불의 위협이 더욱 심각해질 미래에 대비하여, 호주의 산불 관리 시스템은 AI, 위성, 드론 등 첨단 기술을 더욱 적극적으로 통합하고, 사후 대응 중심에서 사전 예방 및 대비 중심으로 투자의 무게 중심을 옮기며, 정부, 산업계, 지역사회가 모두 참여하는 ’공동 책임’의 원칙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진화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AFAC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전국의 지식과 혁신을 선도하며 시스템의 발전을 이끄는 핵심적인 역할을 계속해서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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